![2026 ISISA 대회에서 조직위원장인 홍선기 국립목포대학교 교수가 로리 브린코우 ISISA학회 회장과 함께 섬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필자 제공]](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8/741601_563603_4911.jpg)
1983년 설립 이후 40년 넘게 우리나라 섬 연구를 이끌어 온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8월 10일 취임한 홍선기 원장은 연구원 역사상 첫 생태학자 출신 원장이다. 생태학에서 출발해 경관생태학, 생물문화다양성, 전통생태지식, 사회-생태시스템 등으로 연구 영역을 확장해 온 그는 자연과 인간을 분리해서 바라보지 않는 통합적 시각으로 섬을 연구해 왔다.
홍 원장이 제시하는 섬 연구의 키워드는 '섬다움·다양성·회복력·전환'이다. 기후위기와 인구감소, 생업의 변화 등 복합적인 위기에 놓인 섬을 더 이상 취약한 공간으로만 보지 않고, 주민의 지식과 공동체 역량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Living Laboratory'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특히 인문학적 전통에 생태·사회·문화·정책을 연결하고, 주민이 주체가 되는 현장 중심 연구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목포와 서남해 다도해를 기반으로 세계 섬 연구자들을 연결하는 국제적 연구 허브를 목표로 한다. '섬을 연구하는 연구원에서, 섬의 미래를 제안하는 연구원으로.' 홍선기 원장이 그리는 섬 연구의 다음 40년을 들어봤다.
1. 8월 10일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소감은?
도서문화연구원은 1983년 설립되어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 섬 연구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연구기관입니다. 그동안 많은 선배 연구자들이 섬의 역사와 문화, 자연, 민속, 공동체와 삶을 연구하고 기록해 왔습니다. 중점연구소 사업과 HK사업을 거쳐 지금은 '섬 인문학'을 아젠다로 HK+사업을 수행하고 있고요. 그런 연구원의 원장을 맡게 됐으니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솔직히 책임감이 더 큽니다.
또 한 가지 의미가 있다면, 제가 40년이 넘는 연구원 역사에서 첫 생태학자 출신 원장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히 원장의 전공이 달라졌다는 의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0년간 섬과 바다의 자연과 환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따라서, 연구원이 지금까지 쌓아 온 탄탄한 인문사회 연구의 기반 위에 생태와 환경, 공동체와 정책, 과학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연결할 때가 됐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40년의 성과를 잘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40년을 준비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2. 생태학자로서 지금까지의 연구 여정을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제 학문적인 출발은 생태학입니다. 처음에는 자연생태계와 경관의 변화, 생물다양성, 인간의 활동이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오래 하다 보니까 자연만 따로 떼어놓고 봐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농촌이나 해안, 섬처럼 사람이 오랫동안 살아온 공간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빼놓고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연구 관심이 점차 경관생태학, 생물문화다양성, 전통생태지식, 사회–생태시스템, 공동자원, 공동체 회복력 같은 영역으로 넓어졌습니다.
결국 제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것은 하나입니다. 자연과 인간을 서로 분리해서 보지 말자는 것입니다. 특히 섬을 연구하면서 이런 생각은 더 강해졌습니다. 섬에서는 자연환경과 생업, 문화, 공동체, 전통지식이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다도해와 갯벌, 어촌뿐 아니라 일본이나 인도네시아 등 여러 섬 지역을 연구하고 비교하면서, 섬이야말로 자연과 문화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 중 하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3. 생태학자가 인문사회 연구의 전통이 강한 도서문화연구원의 원장을 맡았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저는 연구원의 중심을 인문학에서 생태학으로 옮기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도서문화연구원이 가진 인문학적 깊이를 생태적·사회적 현실과 더 긴밀하게 연결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를 생각해 보죠. 해수면이 몇 센티미터 올라갔다거나 수온이 상승했다는 것만으로 섬 주민이 경험하는 기후위기를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기후변화가 일어나면 어업이 바뀌고 농업이 바뀝니다. 생업이 바뀌면 음식문화와 주민의 생활방식도 달라집니다. 공동체 관계가 변하고, 장기적으로는 섬의 경관이나 정체성까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자연환경의 변화는 결국 사회와 문화의 변화로 연결되는 것이죠.
반대로 갯벌이나 어장, 염전, 밭, 산림도 단순한 자연공간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주민의 노동과 지식, 제도와 공동체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앞으로 섬 연구에서는 이런 자연과 문화의 연결성, 지속가능성을 더 적극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4. 현재 도서문화연구원에서는 HK+사업을 통해 '섬 인문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섬 인문학은 무엇입니까?
저는 섬 인문학이 단순히 섬의 인문만을 연구하는 아젠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섬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람과 자연, 장소와 기억, 이동과 정착, 고립과 연결, 중심과 주변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섬을 육지의 시각에서 봐왔습니다. 작고, 멀고, 교통이 불편하고, 발전이 늦은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죠. 하지만 섬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바다는 장벽이면서 동시에 길이었습니다. 섬은 고립되어 있으면서도 바다를 통해 끊임없이 다른 섬과 육지, 세계와 연결돼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이 '섬다움', 즉 Islandness입니다. 섬다움은 단순히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는 지리적 특성이 아닙니다. 자연환경과 역사, 주민의 생활, 문화, 외부와의 관계가 오랜 시간 쌓이면서 만들어진 그 섬만의 고유한 성격이라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섬 인문학은 과거를 기록하는 학문인 동시에 변화하는 섬의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질문하는 학문이어야 합니다.
5. 최근 원장님께서는 '섬다움·다양성·회복력·전환'을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저에게는 네 개념이 하나의 흐름입니다. 먼저 '섬다움'이 있습니다. 각 섬이 오랜 시간 만들어 온 장소성과 삶의 방식입니다. 그런데 모든 섬이 똑같은 섬다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환경도 다르고 역사도 다르고, 문화와 생업도 다르죠. 그것이 바로 '다양성'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다양성을 단순히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섬 주민들이 오랫동안 자연환경의 변화와 여러 어려움에 대응하면서 쌓아 온 경험과 지식이 그 안에 있습니다. 그것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섬 공동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력'의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기후위기와 인구감소, 산업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시대에는 단순히 과거 상태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새로운 생업과 새로운 제도,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필요한 것이 '전환'입니다. 저는 앞으로 섬 연구가 섬다움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지키고, 그 다양성을 회복력의 자산으로 활용하면서 지속가능한 전환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 원장님의 연구에서 생물문화적 접근도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을 서로 다른 영역으로 많이 연구했습니다. 갯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갯벌은 생물종이 풍부한 생태계이지만 동시에 어민의 생업 공간입니다. 거기에는 세대를 통해 축적된 어로기술과 지식이 있고, 음식문화도 있고, 공동체의 규칙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갯벌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자연과 생업, 지식, 문화와 공동체가 모두 들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생물문화다양성을 단순히 '생물다양성 더하기 문화다양성'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사람이 특정 자연환경과 오랜 시간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연환경이 사라지면 문화도 함께 사라질 수 있고, 반대로 공동체나 지역문화가 무너지면 자연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해 온 시스템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섬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는 자연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뿐 아니라, 자연과 문화의 관계를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를 함께 질문해야 합니다.
![2026 ISISA 대회 중간 답사 [사진=필자 제공]](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8/741601_563604_5030.jpg)
2026 ISISA 대회 중간 답사 [사진=필자 제공]
7. 지금 한국의 섬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가장 큰 특징은 문제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후변화와 해양환경 변화, 전통적인 생업의 쇠퇴, 관광개발, 교통과 의료, 교육 문제 등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인구감소를 단순히 '사람 숫자가 줄어드는 것'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줄면 전통산업과 관련 지식을 이어갈 사람이 없어집니다. 공동체가 약해지고, 오랫동안 유지해 온 공동자원 관리 방식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의 감소가 생활문화의 감소로 이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태적 관리능력의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섬을 계속 취약한 공간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입니다. 섬 주민들은 수백 년 동안 제한된 자원을 이용하면서 환경 변화에 적응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동체와 지식, 다양한 생존 방식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 섬은 얼마나 취약한가"만 물을 것이 아니라 "이 섬에는 위기에 대응할 어떤 자산과 능력이 있는가"도 함께 물어야 합니다.
8. 그렇다면 섬은 위기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저는 섬을 일종의 미래의 실험실, Living Laboratory라고 생각합니다. 섬은 규모가 비교적 작고 자연과 사회의 관계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에너지 전환이나 생태복원, 공동체 기반 어업, 생태문화관광, 지역 먹거리, 공동자원 관리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공간입니다.
다만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섬을 외부의 연구자나 행정기관이 마음대로 정책이나 기술을 시험하는 실험 대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Living Laboratory라는 말에서도 'Living'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살아 있는 공동체라는 뜻이죠. 주민의 경험과 전통지식, 과학적인 연구와 정책이 함께 만나면서 섬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9. 연구가 실제 주민의 삶과 연결돼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는 그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연구자가 섬에 가서 주민에게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수집한 뒤 논문 한 편 쓰고 끝난다면 충분하지 않습니다. 주민에게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연구자가 학문적으로 해석했다면, 그 결과는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실제 정책으로도 연결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도서문화연구원은 연구와 현장, 정책을 연결하는 역할을 더 강화했으면 합니다. 주민의 경험이 연구가 되고, 연구 결과가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이 다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이론도 실천과 연결될 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좋은 이론은 현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도 보여줘야 합니다.
10. 도서문화연구원을 세계적인 섬 연구거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상도 있으신가요?
섬은 원래부터 연결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섬 연구도 한 나라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 생태학과 섬 연구 분야의 국제학술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면서 일본, 인도네시아,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와 섬 지역의 연구자들과 교류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롭게 느낀 것이 있습니다. 세계의 섬들은 역사와 문화가 모두 다르지만, 실제로 겪는 문제는 상당히 비슷합니다. 기후변화, 인구감소, 관광, 이동성, 지역경제, 공동체 변화 등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한국의 섬만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주요 섬들을 비교하는 국제공동연구가 더욱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목포와 서남해 다도해가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섬 연구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유인도와 무인도, 갯벌, 어촌, 염전, 해양문화와 다양한 공동체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서문화연구원이 이러한 현장을 기반으로 세계의 섬 연구자들이 찾아오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국제적인 섬 연구 허브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11. 마지막으로, 원장님에게 '섬'은 어떤 공간입니까?
저에게 섬은 단순히 바다에 둘러싸인 작은 땅이 아닙니다. 자연과 사람이 오랜 시간 관계를 맺으며 만들어 온 삶의 세계이자, 바다를 통해 다른 섬과 육지, 세계와 연결되는 열린 공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섬을 '고립'보다는 관계, '주변'보다는 중심, '취약성'보다는 가능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습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에서 '섬의 날' 제정을 처음 제안했습니다. 섬의 가치와 주민의 삶, 그리고 섬이 가진 미래 가능성을 우리 사회가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도서문화연구원도 지난 40년의 인문학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생태·사회·문화·정책을 연결하고, 한국을 넘어 세계의 섬과 연구 네트워크를 넓혀가야 합니다.
"섬을 연구하는 연구원에서, 섬의 미래를 제안하는 연구원으로." 제 임기 동안 그 변화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홍선기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장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원장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양학부 교수
국제학술지 Journal of Marine and Island Cultures 편집장
제20회 ISISA세계섬학술대회 조직위원장 (2026.7)
동아시아도서해양문화포럼(EAIOF) 설립(2013)
세계지리학회(IGU) 섬 분과위원회 추진위원
세계생태학회(INTECOL) 상임위원 역임
출처 : 폴리뉴스 Polinews(김자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