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신안군 해상 구간에 설치된 154kV 송전철탑. 국내 최고 높이인 263m 규모로 섬과 섬 사이 약 2km를 연결한다. (사진=한국전력)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생산된 전기를 보내줄 송전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발전소가 있어도 전력망이 부족해 전기 생산을 중단하는 이른바 '출력제어'가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전남 신안과 무안을 연결하는 신규 송전망이 가동되면서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밀집 지역 가운데 하나인 서남권 전력계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전력과 전력당국은 최근 전남 무안군과 신안군을 연결하는 154kV 송전망 구축을 마무리했다. 총 연장 약 52km 규모로,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는 전남 서남권의 전력 수송 능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최근 출력제어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력망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전력거래소는 발전량 일부를 줄이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실제 출력제어 횟수는 2023년 2회에서 2024년 27회, 올해는 이미 80회를 넘어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전설비보다 송전망 투자가 더 중요한 시점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전력을 실어 나를 계통 인프라가 함께 확충되지 않으면 출력제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기술적으로도 주목받는다. 송전선로 대부분이 도서 지역을 통과하면서 섬과 섬 사이를 22차례 연결해야 했고, 일부 구간은 최대 2km 해상을 횡단한다. 가장 높은 철탑은 263m로 국내 송전철탑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한전은 전용 크레인과 특수 전선, 친환경 시공 공법 등을 적용해 공사를 진행했다. 복잡한 해상 환경과 지형 조건 속에서도 대형 전력망을 구축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력망 가동으로 약 190MW 규모 재생에너지 설비의 계통 접속 지연 문제도 완화될 전망이다. 이는 중형급 태양광·풍력 단지 여러 곳이 동시에 연결될 수 있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단순한 지역 송전망 준공을 넘어 국내 전력망 확충 정책의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전기차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계통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시대의 경쟁력은 발전설비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생산된 전기를 필요한 곳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력망이 갖춰질 때 비로소 에너지 전환도 현실이 된다. 이번 신안-무안 송전망은 그 과제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출처 : 이코노미사이언스(정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