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수토제도 학술조사 결과 발표
각석문 탁본 15장 채취, 지도 기반 행적 답사도
하반기엔 독도 각석문 탁본 작업도 진행 예정
동북아역사재단 2026년 1차 울릉도·독도 종합학술조사단이 4월 23일 울릉도 태하리에 위치한 임오명 각석문에 탁본 작업을 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울릉도와 그 부속섬에 대한 조선왕조의 영토 수호 의지를 보여주는 각석문 사료가 대거 확보됐다. 울릉도와 독도를 대상으로 70여 년 만에 학문 경계를 허문 학술조사를 시행한 결과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일 서울 서대문구 재단 대회의실에서 '조선시대 수토로 바라본 울릉도와 독도'를 주제로 종합학술조사 결과보고회를 개최했다. 재단은 1947년 조선산악회에 의해 이뤄진 최초의 학술조사 이후 울릉도·독도 연구가 다소 개별적·반복적으로 진행돼 왔다는 자성 아래 올해 인문·사회·자연과학 전문가가 함께하는 학제간 종합조사를 실시했다.
4월 울릉도에서 진행된 이번 조사의 최대 성과는 수토(搜討)제도 관련 각석문 탁본 15장을 얻은 것이다. 수토제는 조선왕조가 울릉도 일대를 영토로 인식하면서도 고을이나 군사거점 설치가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 실시한 도서관리제도다. 1694년을 시작으로 1895년 전임 울릉도 도장(島長)을 두기까지 200년간 수토관을 파견해 지세, 주민 현황, 토산물 등을 파악하게 했다. 이번 조사 대상 가운데 도동리 신묘명 각석문은 수토관으로 파견됐던 삼척영장 박석창이 새긴 것으로, 제작연도가 지금까지 발견된 울릉도 박석문 가운데 가장 이른 1711년이다.
2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울릉도·독도 종합학술조사 결과보고회'에서 울릉도 각석문 탁본들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단은 3박4일에 그친 현지 일정 등의 한계로 새로운 유적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에 확인된 각석문의 정본을 채취했고, 태하리 수토사 각석문 등에선 일부 인명을 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또 수토관들이 작성한 지도를 토대로 이들의 행로를 답사한 결과, 지도에 기록된 해안선 모습과 섬 방향이 실제 지형과 일부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포착했다.
학술조사팀장을 맡은 장정수 재단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수토관들이 남긴 각석문은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 관찬(官撰) 연대기의 불충분한 내용을 보완하는 자료라는 점, 수토가 중앙정부의 강한 의지로 꽤 정기적으로 추진됐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전하거나 유실된 것 외에 미확인 각석문이 존재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울릉군 태하리 대풍구미 끝단의 도치바위에서 돌고리 24개를 확인한 것도 의미 있는 수확이다. 일각에선 이를 수토관의 접안 흔적으로 본다.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대장은 "두 개 구멍이 한 쌍을 이루며 밧줄을 연결할 수 있는 형태였다"며 "주민들은 이 구멍에 밧줄을 묶어놓고 순풍이 불면 본토로 출항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동북아역사재단 2026년 1차 울릉도·독도 종합학술조사단의 울릉도 태하리 수토사 각석문 탁본 작업 모습. 동북아역사재단
재단은 4월 조사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탁본 작업 및 독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각석문 2점에 대한 탁본 연구를 올 하반기에 추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홍성근 재단 독도실장은 "내년엔 '러일전쟁과 독도'라는 주제로 종합학술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교육·홍보 콘텐츠를 개발하고 울릉도 지역의 역사문화 사업 추진을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봤다"고 밝혔다.
출처: 한국일보(최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