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개막식 전경 [사진=필자 제공]](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7/738343_559357_4619.jpg)
2026년 7월 7일부터 11일까지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개최된 제20회 ISISA 세계섬학술대회는 세계 각국의 연구자와 정책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섬의 역사와 문화, 생태,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발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논의한 세계적인 국제학술행사였다. 이번 대회는 기후위기와 전쟁,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생물다양성 훼손 등 인류가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섬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섬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한 국제적 공론의 장이었다.
그동안 섬은 육지에서 떨어진 작고 고립된 공간, 교통과 생활 여건이 불편한 주변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해양오염과 자연재해가 심화되는 오늘날 섬은 지구적 위기를 가장 먼저 경험하는 최전선이 되었다. 동시에 제한된 자원과 불확실한 환경에 적응하며 공동체를 유지해 온 섬 주민들의 지식과 실천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해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섬은 취약한 공간이면서도 높은 회복력을 지닌 공간이고, 고립된 장소이면서도 바다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는 공간이다. 제20회 세계섬학술대회는 바로 이러한 섬의 복합적 가치를 국제사회에 제시하였다. 세계 각국의 연구자와 정책전문가들은 섬의 역사와 문화, 기후변화, 생태계와 생물문화다양성, 관광과 지역경제, 인구와 공동체, 기술과 거버넌스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였다. 학술대회장 안에서 이루어진 발표와 토론은 신안의 갯벌과 섬마을, 문화유산과 관광 현장을 직접 살펴보는 답사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학문적 논의와 지역 현장을 연결함으로써 섬 연구가 현실의 정책과 주민의 삶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은 학술대회의 주관 기관 역할을 수행하였다. 도서문화연구원은 세계섬학회와 국내외 연구자를 연결하고, 학술 주제와 세션을 기획하며, 국제학술 네트워크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또한 신안군과 전라남도의 자연·문화·역사적 자원을 세계 섬 연구자들에게 소개하고, 지역의 경험을 국제적 학술 및 정책 의제로 확장하였다.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은 1983년 설립 이후 섬의 역사, 문화, 사회, 생태와 주민의 삶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국내의 대표적인 섬 전문 연구기관이다. 섬을 단순히 조사하고 기록하는 연구 대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의 지식과 경험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하여 국내외에 알리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 세계섬학술대회는 도서문화연구원이 축적해 온 연구 성과와 국제협력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의 섬, 특히 신안의 섬을 세계적인 학술·정책 논의의 중심에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도서문화연구원은 학술대회의 성과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공동 가치와 실천 방향을 담은 선언문 채택을 뒷받침하였다. 대회에서 채택된 「세계 섬 평화를 위한 선언」, 즉 '신안 섬 선언문'은 섬이 직면한 위기를 기후와 환경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평화와 인권, 복지와 교육,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 국제협력의 문제로 확장하였다. 선언문은 섬을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최전선으로 규정하고, 섬이 취약성과 회복력을 동시에 지닌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섬 주민이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할 권리, 전쟁과 재난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교육과 복지 및 필수 서비스에 공정하게 접근할 권리를 국제사회가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무엇보다 유엔이 '세계 섬의 날'을 지정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신안에서 시작된 논의를 새로운 국제 의제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열었다. 다음은 제20회 세계섬학술대회에서 채택된 선언문의 전문이다.
![2026 ISISA 대회 중간 답사 [사진=필자 제공]](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7/738343_559359_4742.jpg)
2026 ISISA 대회 중간 답사 [사진=필자 제공]
제20회 2026 ISISA 세계섬학술대회
세계 섬 평화를 위한 선언 (신안 섬 선언문)
우리 세계섬학회(International Small Islands Studies Association, ISISA) 회원들과 제20회 세계섬학술대회 참가자들은, 심화되는 세계적 불확실성, 기후위기, 전쟁과 분쟁의 시대 속에서 섬이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최전선에 위치하며, 취약성과 회복력을 동시에 지닌 공간임을 인식한다. 우리는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가 섬과 섬 공동체에 직접적이고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며, 평화와 지속가능성,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지켜나가기 위한 공동의 책임을 확인한다. 섬은 현재와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위해 반드시 보전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할 독특한 생태적·문화적·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우리는 기후위기와 환경변화 속에서도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섬 생태계 안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공진화를 실현하고, 행복과 웰빙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본적인 국제적 권리의 확립을 지지한다.
2. 우리는 전쟁, 재난, 그리고 구조적 소외로 영향을 받는 섬 지역에서 평화의 회복과 인권의 보호를 촉구하며, 분쟁과 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을 촉구한다.
3. 우리는 기후위기와 세계적 불확실성 속에서 더욱 취약해지고 있는 섬 주민들의 생계와 일상생활, 복지, 교육을 보장하고,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공동체를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와 기회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을 다짐한다.
4. 우리는 섬이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실현, 특히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양과 바다 및 해양자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목표로 하는 SDG 14를 비롯한 국제적 의제를 선도하는 모범이 되어야 함을 확인하며, 섬의 지식과 실천이 세계적으로 공유되기를 장려한다.
5. 우리는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으로 위협받고 있는 섬의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을 보전하고, 이를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한 기반으로서 지혜롭고 균형 있게 활용할 것을 다짐한다.
6. 우리는 섬의 중요성과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고,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증진하기 위하여 유엔(United Nations)이 '세계 섬의 날(International Day of World Islands)'을 지정할 것을 촉구한다.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채택된 이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세계의 모든 섬들이 항구적인 평화와 지속가능한 번영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을 다짐하며, 이 선언을 바친다.
![섬 선언문 낭독. 왼쪽부터 홍선기 국립목포대학교 교수(조직위원장), 로리 브린코우 ISISA학회 회장 [사진=필자 제공]](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7/738343_559362_5038.jpg)
섬 선언문 낭독. 왼쪽부터 홍선기 국립목포대학교 교수(조직위원장), 로리 브린코우 ISISA학회 회장 [사진=필자 제공]
이 선언은 섬의 지속가능성을 환경보전이나 관광개발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는다. 섬 주민의 생계와 일상, 복지와 교육을 보장하고, 전쟁과 재난 및 구조적 소외로부터 주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섬 발전의 중심에 섬 주민의 삶과 존엄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선언문에서 강조한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의 보전도 중요하다. 섬의 자연과 문화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다. 갯벌과 바다, 숲과 농경지, 어업과 염전, 물때에 관한 지식과 전통의례는 자연환경과 주민의 삶이 오랜 시간 함께 형성해 온 생물문화적 체계이다.
생태계가 훼손되면 그 환경에 적응해 형성된 문화와 지식도 함께 사라진다. 반대로 공동체와 전통지식이 약화되면 지역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기반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안 섬 선언문은 섬의 생태적 가치와 주민의 삶, 문화적 정체성, 평화와 인권을 하나의 연결된 문제로 바라본다. 이는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이 오랫동안 추진해 온 섬 연구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섬을 자연과 인간, 역사와 문화가 중첩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이해하고,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종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언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은 이번 대회에서 형성된 국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후속 공동연구와 학술교류, 정책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신안 섬 선언문의 내용을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지방정부, 연구기관 및 시민사회에 알리고, '세계 섬의 날' 지정 논의가 실질적인 국제운동으로 발전하도록 학술적 근거와 협력체계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또한 학술대회의 연구성과가 지역 주민과 정책 현장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섬 주민의 이동권과 생활권, 의료·교육 접근성, 생물문화다양성 보전, 지속가능한 관광과 공동자원 관리 등 대회에서 논의된 의제를 지역 맞춤형 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국제적 담론을 지역에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경험과 지식을 다시 세계에 전달하는 쌍방향 지식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제20회 세계섬학술대회는 막을 내렸지만, 신안에서 시작된 평화와 공존의 약속은 이제부터 실천되어야 한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은 세계 섬 연구자와 지역사회, 학술과 정책을 연결하는 중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섬은 작을 수 있지만, 섬이 던지는 질문과 그 안에 축적된 지혜는 결코 작지 않다. 신안 섬 선언문이 세계 섬들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공동의 원칙으로 확산되고,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이 이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는 세계 섬 연구의 중심기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김재은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제20회 세계섬학술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처장
전남개발공사 ESG 위원회 위원
(사)한국섬재단 이사
전라남도 도립공원위원회 위원
세계섬학회(ISISA) 운영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