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7일부터 11일까지 신안군 자은도에서 제20회 ISISA(International Small Islands Studies Association) 세계섬학술대회가 열린다(https://www.2026isisa.kr/). 30여 개국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이번 대회는 단순한 국제학술회의를 넘어 세계 섬 연구(Island Studies)의 흐름을 결정하고, 기후위기와 해양전환 시대에 섬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가장 권위 있는 국제 학술행사이다. 이러한 학술대회가 대한민국 신안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다도해가 이제 세계 섬 연구의 중요한 현장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2020.07.08, 필자 촬영한 신안군 도초면 마을 [사진=홍선기 교수]](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6/735392_555836_2050.jpg)
오랫동안 섬은 고립과 낙후의 공간으로 이해되었다. 육지와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교통과 산업, 교육과 의료 등 거의 모든 정책은 '육지와 얼마나 빨리 연결할 것인가'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 동안 국제 섬 연구는 이러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오늘날 섬은 더 이상 대륙의 주변부가 아니다. 오히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에너지 전환, 지역소멸이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를 가장 먼저 경험하고 가장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는 공간으로 이해되고 있다. 다시 말해, 섬은 미래를 연구하는 실험실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 서남해 다도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한 연구 대상이다. 대부분의 섬 연구가 단일 섬이나 군도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면, 서남해는 2천여 개가 넘는 섬들이 갯벌과 조류, 연안 생태계를 매개로 하나의 거대한 사회생태계(socio-ecological system)를 이루고 있다. 섬과 섬이 바다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조수간만의 차와 해상교류를 통해 끊임없이 연결되는 공간이다. 이처럼 '분리와 연결'이 동시에 존재하는 다도해의 특성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섬 경관이며, 최근 국제 학계에서 주목하는 섬성(islandness)의 핵심 사례가 되고 있다.
![2020.09.24, 배를 기다리며 필자 촬영한 신안군 병풍도 [사진=홍선기 교수]](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6/735392_555840_243.jpg)
특히 신안을 중심으로 한 다도해는 자연생태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갯벌에서 이루어지는 어업과 염전, 조간대 이용 방식, 해상교역, 섬마을 공동체, 해양신앙, 음식문화, 돌담과 선착장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동안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 온 생물문화다양성(Biocultural Diversity)의 보고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 역시 단순히 생태적 가치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자연이 장기간 상호작용하며 형성한 복합적인 문화경관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생물문화다양성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개념으로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9.06.02, 필자 촬영한 신안군 안좌면 갯벌 [사진=홍선기 교수]](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6/735392_555841_2457.jpg)
이번 ISISA 학술대회의 여섯 개 학술주제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잘 보여준다. 거버넌스와 정책, 경제와 관광, 환경과 생물문화 시스템, 예술과 문화유산, 인프라와 기술, 그리고 섬 연구의 이론과 방법론은 각각 독립된 분야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기후위기 시대, 섬은 어떻게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가."
이제 섬 연구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과 AI 기술까지 융합하는 새로운 학문으로 발전하고 있다. 드론과 위성정보, 디지털 트윈, AI 기반 환경예측 기술은 섬의 변화를 분석하는 새로운 도구가 되고 있으며, 동시에 섬 주민의 전통생태지식과 문화유산은 미래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지속가능성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미래 섬 연구는 기술과 문화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발전하는 융합학문이 되어가고 있다.
![2022.08.06, 필자 촬영한 신안군 안좌면 퍼플섬 [사진=홍선기 교수]](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6/735392_555842_2545.jpg)
이러한 점에서 신안은 매우 상징적인 장소이다. 신안은 단순히 섬이 많은 지역이 아니다. 세계자연유산 갯벌,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다양한 해양생태계, 그리고 퍼플섬과 1섬 1뮤지엄으로 대표되는 문화정책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연구 현장이다. 자연과 문화, 전통과 현대, 생태와 기술이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는 드문 사례이며, 세계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배우고 토론할 수 있는 '살아있는 섬 연구실(living laboratory)'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번 학술대회는 대한민국 서남권의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전남과 광주가 새로운 미래를 설계한다면, 그 출발점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일 것이다. 해상풍력과 재생에너지, 스마트양식과 블루푸드, 첨단 해양바이오산업, 그리고 AI 기반 해양관리기술은 모두 바다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갯벌과 국립공원, 수천 개의 섬, 그리고 마한과 백제 해양문화의 역사까지 더해진다면, 서남권은 자연과 문화, 산업과 기술이 융합된 세계적인 해양혁신권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개발 논리가 아니라, 다도해라는 공간이 가진 고유한 가치에서 출발하는 미래 전략이다.
![2019.06.02, 필자 촬영한 신안군 [사진=홍선기 교수]](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6/735392_555843_2637.jpg)
21세기 섬은 더 이상 고립된 공간이 아니다. 섬은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생물문화다양성을 보전하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가장 앞선 공간이다.
신안에서 열리는 제20회 ISISA 세계섬학술대회는 세계가 한국의 섬을 배우러 오는 자리인 동시에, 우리 스스로 다도해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섬의 미래는 더 많은 다리를 놓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섬만이 가진 고유한 자연과 문화, 그리고 첨단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가는 데 있다. 이번 학술대회가 대한민국 섬 연구가 세계를 선도하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홍선기 국립목포대학교 교수
세계지리학회(IGU) 섬 위원회 위원
ISISA세계섬학술대회 조직위원장
(사)한국섬재단 이사장
원고: 홍선기(국립목포대학교 교수 · (사)한국섬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