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군 맹골도 디젤발전소 [사진=필자 제공]](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6/732856_552558_1432.png)
진도군 맹골도 디젤발전소 [사진=필자 제공]
2026년 중동 위기는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 하나를 던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흔들리고 원유 수송로가 불안해질 때, 대한민국은 가장 취약한 곳부터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최근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불안으로 2026년 세계 석유 공급이 수요에 크게 못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고, 한국 정부도 중동발 고유가와 에너지 공급 차질 장기화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조치를 주문했다. 한국의 수입 물가도 중동발 유가 급등 영향으로 3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 위기는 수도권의 주요소 가격표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는 곳은 아직도 디젤발전에 의존하는 섬이다. 전국 지자체 관리 에너지자립섬은 22개소이고, 주민 관리 도서는 38개소, 한전 관리 도서는 65개소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디젤발전을 기본축으로 유지하거나, 재생에너지 설비가 들어가 있어도 노후화로 고도화가 시급한 상태이다. 특히 지자체 관리 22개소에는 2,303명, 2,050호가 거주하고 있고, 주민 관리 38개소에도 408명이 생활하고 있다. 규모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섬의 전기는 단순한 생활편의가 아니다. 전기가 흔들리면 식수가 흔들리고, 통신이 흔들리며, 하수처리와 냉동·저장, 보건과 교육, 생업이 동시에 흔들린다. 진도군 관리 도서 5곳만 보더라도 592가구, 662명이 외부 전력망 없이 발전소 전력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도서지역에서 정전은 해수담수화 설비, 공공하수처리장, 통신 두절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태풍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생전과 직결된다. 예컨대, 맹골도의 경우 정전이 한 번만 발생해도 미역 건조시설 피해가 1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전력체계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7년 도서발전소 구축 당시에는 가구당 1kw 수준의 사용량을 상정했지만, 지금은 가구당 3kw 수준의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생활 여건이 달라졌고, 공공시설이 늘었고, 정주기반의 기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급은 여전히 노후 디젤 발전기에 묶여 있다. 이는 섬 주민에게 불편을 감수하라는 수준을 넘어, 구조적 불평등을 감내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진도군 외병도 태양광발전소 [사진=필자 제공]](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6/732856_552559_1538.png)
진도군 외병도 태양광발전소 [사진=필자 제공]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마이크로디그리 전환이다. 재생에너지 기반 체계로 바꾸면, 연료비는 연간 262KL에서 174KL로 줄어 약 40% 절감되고, 연료운송 횟수도 감소한다. 예방정비비도 크게 줄며, 최대부하 대응 능력은 200kw에서 284kw로 높아진다. 다시 말해, 섬의 에너지 전환은 환경정책 이전에 비용 절감, 공급 안정, 재난 대응을 동시에 달성하는 민생정책이다.
정책결정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은 이것이다. 섬의 전력 문제는 지방의 선택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에너지 안보 사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에너지자립섬은 구축 5~10년을 지나 ESS, 태양광, 풍력 설비의 성능 저하와 인버터 고장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진단한다. 동시에 지자체 재정만으로는 재정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힌다. 국비 중심의 전국 단위 고도화 사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제 정부는 세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전국 내연 발전 의존 섬을 우선 전환 대상지로 지정해야 한다. 둘째, 태양광·ESS·전력품질 장비를 묶는 표준형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셋째, 경제성만이 아니라 생존권, 정주권, 재난 대응, 해양영토 관리 차원에서 섬 전력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중동의 위기는 먼 나라의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에너지 체계의 약한 고리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그 약한 고리의 한가운데에 아직도 기름에 묶인 섬이 있다. 섬의 불은 꺼지면 안 된다. 그 불은 전등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가장 먼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국민의 삶이기 때문이다.

박성현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교양학부 교수
사회복지법인 홍익인간 이사장
한국해양재단 해양교육센터 자문위원
전라남도 지방시대위원회 위원
(사)한국섬재단 정책연구위원장
원고 : 박성현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교양학부 교수)
출처 : 폴리뉴스 (Polinews(https://www.poli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