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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이야기] 태평양도서국 마나 모아나(Mana Moana)의 예술과 문화: 2025 (홍석준)

수정일
2026.06.05
작성자
김강민
조회수
274
등록일
2026.04.21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 특별전에 부쳐


2025년 4월 30일(수)부터 9월 14일(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2에서는 오세아니아의 예술과 정신세계를 집약한 특별전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가 열렸다. [사진=필자제공]
2025년 4월 30일(수)부터 9월 14일(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2에서는 오세아니아의 예술과 정신세계를 집약한 특별전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가 열렸다. [사진=필자제공]

이 특별전은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 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 – Jacques Chirac)이 공동으로 기획한 국제 협업 전시로, 18세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태평양과 오세아니아 예술품 180여 건을 선보였다. 조각, 가면, 섬유, 악기, 장신구 등 전통 예술품과 현대 작가의 작품이 어우러진 다채롭고 풍성한 구성으로 관람객을 초대했다고 평가되었다.

태평양도서국(Pacific Islands, 이하 태도국)의 역사와 사회, 문화, 생태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마나 모아나(Mana Moana)이다. 이 개념은 태도국 도서해양문화의 특징과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마나 모아나는 도서해양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하나의 거대한 세계 또는 우주를 가리킨다.

마나 모아나는 폴리네시아어로 마나(Mana: 모든 존재에 깃든 신성한 초자연적인 힘)와 모아나(Moana: 거대하고 위대한 생명의 바다)가 결합한 합성어이다. 폴리네시아인들에게 마나는 자연과 조상, 공동체를 잇는, 보이지 않는 힘이자 세상을 움직이는 정신적 근원이다. 마나를 통해 폴리네시아인들의 상상 속에서 공동체는 지속적으로 구축되고 만들어진다. 이러한 세계관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시사한다. 태평양과 오세아니아에는 이러한 세계관이 깊이 투영되어 있다. 특히 종교와 상징, 의례와 예술 세계에 등장하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생태지향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세계관에 심도 있게 반영되어 있다.

이 세계관은 카누, 조각, 가면, 장신구 등에도 널리 반영되어 있다. 그런즉 이것들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생생한 이야기로 지금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오세아니아의 여러 섬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전남 서해안 다도해의 섬들을 포함한 한반도 섬과 해양 세계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섬과 바다 문화가 떠오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섬은 육지로부터 고립되고 분리되어 제한되고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바다를 통해 서로 연결된 열린 세계이며,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지혜는 오세아니아를 비롯한 다른 문화권 사람들도 함께 공유하는 보편적인 가치와 규범, 원리이다. 이러한 가치는 과거와 현재, 다양한 문화 그리고 자연의 풍요로움과 다채로움을 잇는 '연결' 또는 '연계'의 메시지를 폭넓게 전해준다.


2025년 4월 30일(수)부터 9월 14일(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2에서는 오세아니아의 예술과 정신세계를 집약한 특별전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가 열렸다. [사진=필자제공]
태평양을 넘어 전 지구라는 하나의 섬에서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삶의 공간과 시간, 사회, 역사, 예술, 자연, 환경, 생태를 성찰하게 한다. 바다가 섬과 섬을 이어주듯, 예술과 문화는 지구상의 모든 인류와 인간을 서로 연결하는 가장 강력하고 위대하며 아름다운 매개체임을 자각하라는 미래 차원의 주문이다.

마나는 자연과 인간, 사물에 깃든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힘을, 모아나는 경계 없는 거대한 바다를 뜻한다. 이 두 개념은 태평양 문화권 공동체의 삶과 자연, 정체성을 잇는 도서해양문화와 예술의 힘을 표상한다. 프랑스 인류학자 모리스 고들리에(Maurice Godelier)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두 개념은 태도국 사람들과 바다 세계 사이의 선물 교환 또는 증여의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시의 핵심 메시지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라는 것이다. 태평양에 흩어진 섬들은 서로의 연결고리를 통해 자신들의 조상, 뿌리, 정령, 철학, 정체성을 탐험하는 시간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태평양과 오세아니아의 문화와 예술은 과거와 현재, 인간과 자연, 서로 다른 문화들을 잇는 매개체로서, 자연과 공존하는 세계관을 통해 공유와 공감의 의미를 재인식, 재확인하고, 과거의 전통사회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현대사회 속에서의 인간 삶과 가치관을 다시 뒤돌아보게 한다.

폴리네시아인들에게 마나는 주술적·종교적·영적 힘을 운반하는 매체를 의미한다. 혈통과 결부된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위신 체계'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때의 위신은 정치적·경제적·종교적·도덕적·심미적 등의 차원을 포괄한다. 이런 점에서, 마나는, 마르셀 모스(Marcel Mauss)를 모방해 명명하자면, 일종의 '총체적 위신 체계'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론적 맥락에서 볼 때, 폴리네시아에서 마나는 수장을 비롯한 귀족들이 독차지하는 영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수장의 정치적 권위에 있어서 마나의 통제가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폴리네시아에서 수장의 세속적 권력은 삶과 죽음에 결정적인 자연의 힘을 통제한다고 믿어진다.


2025년 4월 30일(수)부터 9월 14일(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2에서는 오세아니아의 예술과 정신세계를 집약한 특별전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가 열렸다. [사진=필자제공]
흔히 태도국은 태평양과 인도양이라는 거대한 해양 문명의 영향을 받았기에, 자기 나름의 고유하면서도 독자적인 문명이나 문화를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사회제도와 종교, 문화 등에서 태도국은 자체적으로 고유한 특성을 많이 지니고 있고, 이런 것들이 외래 요소들과 결합함으로써, 소위 '문화적 중층성' 개념, 즉 토착문화와 외래문화의 접촉 또는 교섭의 역사와 문화를 형성·변모시켜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태평양과 오세아니아의 마나 모아나에 주목한 국립중앙박물관의 2025년 특별 전시는, 태도국의 섬과 해양 문화 또는 문명을 도서해양문화의 관점이나 시각에서 맥락적으로 이해하는 데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홍석준 목포대학교 교수
홍석준 목포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 인류학 박사
목포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장
한국동남아학회 회장, 역사문화학회 회장
(사)한국동남아연구소 소장
역사문화학회 회장


원고 : 홍석준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장,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출처 :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9013)


링크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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