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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212

[섬 이야기] 전남·광주 통합, 섬을 중심에 둘 때 통합은 완성된다 (홍선기)

수정일
2026.04.10
작성자
김강민
조회수
245
등록일
2026.03.27

전남 신안군 흑산도 [사진=홍선기 교수]
전남 신안군 흑산도 [사진=홍선기 교수]



최근 전남과 광주의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지역의 미래를 재구성하려는 다양한 정책적 상상력이 제시되고 있다. 통합은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중요한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과연 이 통합은 섬을 포함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라남도는 대한민국 섬의 약 65%를 차지하는 지역이지만,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섬은 핵심 의제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섬은 여전히 주변적 공간이거나 관리의 대상 정도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며, 이는 단순한 정책적 누락이 아니라 섬을 바라보는 구조적 인식의 문제를 드러낸다.

오늘날 섬과 바다는 국가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 공간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해상풍력과 태양광 개발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특히 전남 지역은 그 중심에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역설은 분명하다. 에너지는 섬에서 생산되지만, 그 혜택은 섬에 머물지 않는다. 생산된 전력은 육지로 송전되고, 섬 주민의 삶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의료 접근성은 여전히 낮고, 교육 환경은 열악하며, 정주 조건 역시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결국 섬은 국가를 위한 생산 공간으로 기능하면서도, 정작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정책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된다면, 섬은 단순한 에너지 생산기지를 넘어 또 다른 형태의 주변화, 나아가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전남 완도군 청산에서 한 주민이 해조류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홍선기 교수]
전남 완도군 청산에서 한 주민이 해조류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홍선기 교수]



그러나 우리는 지금 섬과 바다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섬과 바다는 단순한 지리적 경계나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국토의 생활 면적을 확장하는 핵심 공간이다. 육지 중심의 국토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해양과 섬을 포함하는 확장된 국토 개념 속에서, 섬은 더 많은 사람이 살고, 일하고, 배우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면적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능성과 기회의 공간을 넓히는 일이다. 특히 기후위기와 인구 감소 시대에, 국토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섬과 바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관점은 국제사회에서도 이미 공유되고 있다. 최근 섬은 기후위기 대응, 재생에너지 전환, 생물문화다양성 보전, 공동체 회복을 동시에 실험할 수 있는 공간, 즉 '지속가능성의 실험실'로 인식되고 있다. 섬은 규모가 작고 사회-생태 시스템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정책의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으며, 전통지식과 공동체 기반의 관리 체계가 살아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섬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라, 미래 사회를 설계하는 전략적 전진기지로 기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전남 신안군 흑삭면 만재도 마을 접안 [사진=홍선기 교수]
전남 신안군 흑삭면 만재도 마을 접안 [사진=홍선기 교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전남·광주 통합 논의는 산업과 교통, 행정 효율성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섬의 특수성과 역할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 섬은 도시와 전혀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접근성, 서비스 제공 방식, 비용 구조, 공동체 조직 등 모든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통합 논의에서 가장 먼저 도입되어야 할 것은 모든 정책이 섬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는 '섬 영향평가' 개념이다. 이는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섬을 배제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며, 통합 이후의 정책 왜곡을 방지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개발은 단순한 생산 확대를 넘어 섬 주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외부로 송전되는 구조에서는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에너지 수익이 지역에 환원되고, 주민이 참여하는 발전 모델이 구축되며, 섬 단위의 에너지 자립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이며, 에너지 전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더 나아가 의료, 교육, 교통과 같은 기본 서비스 역시 시장 논리가 아니라 국가 책임의 영역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원격의료, 온라인 교육, 공공교통 체계의 강화는 섬 주민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전남 신안군 우이도 풍성사구 [사진=홍선기 교수]

전남 신안군 우이도 풍성사구 [사진=홍선기 교수]



섬의 경제 역시 기존의 단순 관광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해조류와 블루카본, 갯벌 기반 생태경제, 전통어업과 문화의 결합, 생태교육과 연구 등은 섬이 가진 생물문화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단순한 산업 전략이 아니라, 섬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유지하면서도 미래지향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이다. 동시에 이러한 변화는 섬 단위의 자치와 거버넌스 혁신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섬을 행정의 말단 단위가 아니라 독립적인 정책 단위로 인정하고, 지역 맞춤형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의 재편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다. 만약 섬을 여전히 주변부로 남겨둔다면, 통합은 또 하나의 중앙집중적 구조를 강화하는 데 그칠 것이다. 그러나 섬과 바다를 국토의 생활면적을 확장하는 핵심 공간으로 인식하고, 정책의 중심에 놓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남과 광주는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가장 혁신적인 지역 모델로 도약할 수 있다. 섬은 더 이상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적 플랫폼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섬을 포함하는 수준을 넘어, 섬으로부터 출발하는 정책적 상상력이다. 또한 이러한 논의는 단순한 이론적 제안에 그쳐서는 안 된다. 2026년 전라남도에서는 두 개의 중요한 국제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7월에는 세계 섬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ISISA 세계섬학술대회가 개최(7월 7일~11일, 신안군)되고, 9월에는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열린다. 이는 전남이 세계 섬 정책과 담론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이다. 그러나 만약 이 시점에서도 섬이 여전히 주변적 정책 대상에 머문다면, 이러한 국제행사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전남·광주 통합 과정에서 섬의 미래 전략을 명확히 설정한다면, 이 두 행사는 대한민국이 섬과 바다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국토 전략을 세계에 제시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섬을 다시 정의하고, 정책의 중심으로 재배치해야 할 결정적 시점이다.

 

 


홍선기 

국립목포대학교 교수
세계지리학회(IGU) 섬 위원회 위원
ISISA세계섬학술대회 조직위원장
(사)한국섬재단 이사장





원고 : 홍선기(국립목포대학교 교수/세계지리학회(IGU) 섬 위원회 위원/ISISA세계섬학술대회 조직위원장/(사)한국섬재단 이사장)

출처 : 폴리뉴스 Polinews(https://www.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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