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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이야기] 섬은 관광으로 소비되어야 하는가 (박성현)

수정일
2025.09.01
작성자
김강민
조회수
150
등록일
2025.09.01

완도군 조약도 미역양식장
완도군 조약도 미역양식장


섬은 오랫동안 관광의 이름으로 소비되어 왔다. 바다와 해변, 독특한 생태환경과 전통문화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대표적인 자원이었고, 관광은 섬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오늘날 정부 정책에서 섬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리에게 "섬은 관광으로만 소비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는 단순히 관광산업의 지속 여부를 넘어, 섬의 정체성과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다.


무엇보다 관광은 섬 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숙박업과 음식업, 특산품 판매, 해양레저 산업 등은 관광객의 방문을 통해 성장했다. 전남 신안군의 경우 다도해 특유의 경관과 갯벌, 문화자원을 활용해 매년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며 지역 소득을 늘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워케이션(Workation)'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관광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결합한 이 방식은 일정 기간 섬이나 해안 지역에 머물며 일과 여가를 병행하는 형태로, 단순한 단기 소비가 아니라 장기 체류형 소비를 유도해 지역경제에 안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섬의 고립성을 완화하고 외부와의 연결을 강화하며, 젊은 세대와 도시민에게 섬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관광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낳는다. 섬을 '체험'의 대상이 아닌 '소비'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때 지역 주민의 삶과 환경은 쉽게 훼손된다. 관광객이 몰리면 숙박비와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외지인의 부동산 투기가 발생해 원주민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다. 또한 쓰레기와 하수, 해양오염 문제는 관광객 증가와 함께 따라오는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전통문화나 마을 축제가 관광상품으로만 소비될 경우 그 본래의 의미가 상실되고 상업화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특히 연륙교 개통으로 접근성이 높아진 섬들은 대규모 관광객 유입으로 사회·환경적 부담이 급증한다. 일본의 여러 연구는 연륙화가 섬 주민의 공동체 기반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지역 쇠퇴를 가속화한 사례를 보여주었다. 이는 관광과 개발이 반드시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말해준다.

섬은 물리적·환경적 제약이 큰 공간이다. 따라서 관광객 수용력(carrying capacity)을 넘어서는 개발은 섬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쓰레기 처리와 하수 정화 능력을 넘어선 관광객 유입은 해양오염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섬의 관광 매력마저 상실하게 만든다. 또한 도로와 항만, 숙박시설 등 관광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주민 생활공간이 잠식되면 섬 주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관광 자체가 지속되기 어렵게 된다. 섬은 한번 훼손되면 회복이 어려운 공간이다. 협소한 토지, 민감한 생태계, 고립된 위치 때문에 육지보다 복원력이 낮다. 따라서 섬 관광은 반드시 환경 수용력과 주민 삶의 질을 고려한 계획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


관광을 섬 발전의 유일한 해법으로 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섬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국가 영토와 주권을 지탱하는 전략적 거점이다.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기점이자 해양자원의 보고이며, 재생에너지 생산지이자 생물다양성 보전의 핵심 구역이다. 최근 신안군의 사례는 이러한 그 가치를 잘 보여준다. 신안군은 태양광·풍력 발전 이익공유제를 통해 주민 소득을 높이고, 심지어 인구 유입까지 이끌어냈다. 이는 섬이 관광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또한 섬은 교육·문화·생태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섬의 생태환경은 블루카본(blue carbon)과 같은 기후위기 대응 자원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전통적인 어업 공동체는 공유경제와 이익공유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섬을 단순히 '방문해 소비하는 공간'이 아닌, '공존과 혁신의 실험장'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섬이 단순히 관광으로 소비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관광개발은 반드시 지역 주민과 협력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외부 자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관광사업은 주민 배제와 갈등을 낳는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둘째, 관광은 체류형·체험형·교육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단순히 섬을 '보고 떠나는' 관광이 아니라, 섬에서 머물며 주민과 교류하고 문화를 배우는 방식이 필요하다. 최근 각광받는 워케이션은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셋째, 섬의 환경과 문화 보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 관광객이 떠난 뒤에도 그곳의 생태와 공동체가 온전히 유지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수용력에 맞는 관광정책과 관리가 필요하다.

섬은 더 이상 관광으로만 소비될 수 없다. 관광은 섬을 알리고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섬의 미래는 관광, 재생에너지, 공유경제, 생태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다각적 활용'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주민과 방문객이 공존하고, 환경과 문화가 존중되며, 다양한 산업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이 필요하다.

섬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광객이 떠난 뒤에도 그곳의 삶과 환경이 온전히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섬은 단순히 소비되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가꾸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섬의 미래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계 맺기'에 달려 있다.


박성현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박성현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 교양학부 교수
한국섬진흥원 정책자문위원
한국해양재단 해양교육센터 자문위원
(사)한국섬재단 정책연구위원장



원고 : 박성현(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 교양학부 교수)
출처 : 폴리뉴스 Polinews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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