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간의 어업분쟁을 시작으로 바다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 간 해상경계분쟁이 더 많아지고 있다. 현재는 전남 완도군과 제주특별자치도, 부산 기장군과 해운대구, 충남 당진군과 경기 화성시 그리고 인천 옹진군 등 여러 지자체가 해상경계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 분쟁의 공통점은 단순한 행정구역의 선긋기가 아닌, 어업권, 개발권, 관할권을 둘러싼 경제적 이해관계와 주민 삶의 문제까지 얽혀 있다는 데 있다. 바다가 삶의 공간인 지역 주민에게 있어 경계의 불명확함은 생계의 불안정과 직결된다. 해역 분쟁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해양 주권, 지역 균형발전, 지방자치의 신뢰 회복이라는 중대한 국가적 과제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해상경계(공유수면) 갈등 발생 현황_문대림 의원실 제공자료(2024.10)
해상경계 분쟁의 근본 원인은 명확한 법적 기준과 행정 절차의 부재다. 해상경계는 주로 일제강점기 측량자료나 과거 행정편의상 작성된 지도로 판단되었고, 법적 구속력을 갖춘 경계 설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해역이 법적으로는 공유수면으로 지정되어 있어, 경계의 명확성이 결여된 채 관행에 의존해 왔다. 그 결과, 어민들은 "이 바다가 우리 바다인가?"라는 질문 앞에 조업 중 불시에 단속당할 수 있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실제로 해상경계를 둘러싼 민·형사 소송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행정 불신이 커지고, 지자체 간 갈등은 지역 간 분열로 확산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남 완도군과 제주특별자치도 간의 해상경계 분쟁이 있다. 1996년부터 본격화된 이 갈등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어민들은 조업 중 소속 지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거나 조업을 중단해야 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해당 지역은 수산자원이 풍부한 해역으로, 조업권뿐 아니라 향후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걸려 있어 갈등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자체 간의 대립이 아닌, 주민 생존권과 지역 발전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다.

사수도 전경(2025년 5월 25일 촬영,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러한 문제는 해양 공간의 전략적 가치와 맞물려 있다. 오늘날 바다는 단순한 어업의 공간을 넘어, 블루카본, 해상풍력, 해양관광, 해양레저 등 다양한 산업이 집중되는 미래 자원의 공간이다. 특히 해양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는 갯벌과 해조류, 어장, 염전 등은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해역이 명확히 귀속되지 않으면, 관련 인허가가 지연되거나 사업 추진에 법적 불확실성이 생긴다. 이는 지역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며, 결국 주민들에게 기회 손실로 이어진다.
따라서 해상경계 문제는 단기적 행정 분쟁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국가 해양공간계획과 연계해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다. 이에 다음과 같은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
첫째, 해상경계에 대한 국가 차원의 기준과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가 협업하여 해상경계 설정을 위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해양경계지도를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 간 분쟁 발생 시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 주도의 해상경계 분쟁조정기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지자체 자율조정에 맡기거나, 민사소송으로 해결을 유도해 왔지만, 이는 문제 해결보다는 갈등을 고착화시키는 방식이다. 국무총리실 또는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 형태의 상설 조정기구가 법적 권한을 갖고 중재해야 한다.
셋째, 분쟁 해역에 대해 공동관리와 이익공유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어업권이나 개발이익을 지자체 간 일정 비율로 나누거나,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조업과 이익 분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신안군이 시행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처럼 법적 제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해상경계를 둘러싼 문제를 단순한 '경계'의 문제로 보지 말고, '공동체 자치'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바다는 서로 경계를 짓고 나누기보다는 함께 이용하고 보존해야 할 공유자원이다. 선 긋기보다는 손잡기의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해상경계 분쟁을 방치한다면, 당장 피해를 입는 것은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어민과 주민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경제와 공동체로 번진다. 그러나 이를 슬기롭게 해결한다면, 우리는 바다를 둘러싼 새로운 협력과 상생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지방자치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바다에서도 정의롭고 합리적인 공간질서가 확립되어야 한다.
이제는 갈등을 외면하거나 미루지 말고, 바다를 향한 정의로운 시선을 통해 공존의 해양 거버넌스를 설계해야 할 때다. 지금이야말로 해양공간의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바다를 경계가 아닌 연결의 공간으로 다시 그려나가는 일, 그것이 우리가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다.
원고 : 박성현(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출처 : 폴리뉴스 Polinews(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5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