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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049

[섬 이야기] 한-태도국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 활성화 방안 (홍석준)

수정일
2025.02.17
작성자
김강민
조회수
258
등록일
2025.02.17

하와이춤[사진=태평양예술문화축제 홈페이지]
하와이춤[사진=태평양예술문화축제 홈페이지]


[섬 이야기] 2023년 5월 한국은 서울에서 태평양도서국들(PIC: Pacific Island Countries, 이하 태도국)과 첫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한-태도국의 교류와 협력 의제 발굴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해당 국가들과의 관계 구축의 발판을 속도감 있게 마련한 데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한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근본 동기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당시에 이들과의 관계 동력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계속 살려 나가는 것이야말로 결과적으로 향후 한국 정부와 사회가 진지하게 숙고하여 풀어야 하는 주요 미래 과제가 되었다는 진단이 큰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특히 그동안 교류와 협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태도국들과의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갈지가 한국 정부의 주요 당면과제로 제기되었다. 한국과 태도국들 사이의 관계 개선과 증진은 단기적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이른바 한-태도국 교류와 협력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시급하면서도 중대한 과제가 된 것이다.

한국 정부는 2030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촘촘한 외교’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살펴보고 재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한-태도국 정상회의의 개최와 그 지속적인 내실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글로벌중추국가(GPS: Global Pivotal State, 외교 안보 분야에서 강대국은 아니지만 무시하지 못할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심축 역할을 하는 국가)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 ‘GPS’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과 내실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존중에 기반한 한국 정치와 외교, 경제 협력과 투자의 지평을 확장하고 심화하는 작업을 지속화하고 내실을 다지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중차대한 향후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더욱이 한국은 2024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가의 전략적 가치를 한층 더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그에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할 위치에 서게 되었다.

2024년 12월 16일 제2차 태평양도서국 민·관협력포럼(PIF: Pacific Island Countries Forum)이 개최되었다. 주제는 “민·관 협력을 통해 태평양 역내 정세 속 한-태도국 협력 방향 모색”이었다. 이 포럼은 외교부가 한국태평양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민관·협력포럼으로, 2023년 출범 이후 2회째를 맞이한 포럼이었다. 이 포럼에서 권문상 한국태평양학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미·중 패권 경쟁과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 저위도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의 부상으로 국제질서가 다극(多極)체제로 재편되는 가운데 작년 한-태도국 정상회의 개최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태평양 역내 전략 경쟁 하에 한국의 다자외교 지평 확대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하였다.

이 포럼은 “미-중-글로벌사우스 관계와 한-태도국”을 주제로 개최되었으며, 참석자들은 미‧중 각각의 태평양 지역 대상 군사‧외교 전략과 이에 대응하는 태평양도서국포럼의 2050 푸른태평양대륙전략(2050 전략)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2050 전략간 연계 심화, 별도 포괄적 해양 전략 수립 등 대(對) 태도국 정책 발전 방안의 제언을 다루었다. 이어 “한-태도국 경제‧과학기술협력”이라는 주제의 세션에서 참석자들은 한-태도국 정부‧민간 교류 협력 인프라 구축, 태도국 데이터 센터 구축, 에너지 전환, 불법·비보고·비규제(IUU: 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어업 근절, 해양환경 모니터링‧열대 자원 개발 등 경제‧과학기술 분야의 한-태도국 협력 현황을 소개하고 잠재 협력 분야를 제시하였다. 이 포럼은 한-태도국 실질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역내 미·중 경쟁 속 한-태도국 교류와 협력 방향을 선제적으로 모색하며, 한-태도국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민관 협력의 의지를 다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외교부는 이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태도국의 실질 수요에 기반한 협력을 확대하여 상생 번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지속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외교 정책의 진폭을 줄이고 일관된 비전과 목표를 향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가치 공유국들과 다층적, 소다자 네트워크를 대폭 확대하고,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태도국 등과의 권역별 외교를 활발히 펼치며, 글로벌사우스와의 교류와 협력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굳건히 다질 것을 향후 외교의 비전과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태도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고 긴요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를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한-태도국 관계에 접근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비교우위란 태도국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을 가진 인근 국가들, 예컨대 미국, 중국, 일본, 호주, 아세안 등을 대표적인 나라들로 꼽을 수 있는데,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문을 적극 발굴, 활용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여 구체적인 단기,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그에 따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선 기존의 한-아세안 교류와 협력관계 구축과 개선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아세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세안 공동체의 구상을 통해 실행 단계에 돌입하여 아세안 공동체의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여 수행하고 있다. 아세안 공동체는 크게 정치안보공동체, 경제공동체, 사회문화공동체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한국이 인근의 여타 국가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공동체는 사회문화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태도국의 공동체 구축과 실행은 사회문화 부문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이는 기존의 한-태도국 대외 교류와 협력관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종래의 한국의 대외관계는 기본적으로 4대 강대국, 즉 대미, 대일, 대중, 대러시아 관계 수립과 개선 추진 목표와 내용과 결코 무관할 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북핵 문제를 비롯한 대북 관계가 현실적으로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정치·외교 안보적, 경제적 위상에 대한 국내외적 현실 인식과 서로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태도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 태도국은 단순히 태평양의 몇 개의 소수 국가가 아니다. 이들은 한국의 해양영토 확장과 심화의 관점과 방법과 서로 분리하려 해도 결코 뗄 수 없는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를 제대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선 우선 한국의 국익이라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할 것이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국익을 전면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고, 간과해서도 안 되지만, 국익 위주의 시각과 그에 따른 접근방식은 매우 편협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한 것이다. 이 점은 엄연한 사실이며,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일이 한-태도국 관계 개선과 향후 과제 수행에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태도국이 한국의 대(對) 태도국 인식과 실천을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제 우호적인 친선 관계와 실질적인 협력관계에 기반한 한국의 대 태도국 외교 정책의 대전환으로 한국 정부와 외교부가 이들에게 답할 차례이다.



원고 : 홍석준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장,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출처 : 폴리뉴스 Polinews(https://www.polinews.co.kr)

링크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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